Saturday, August 09, 2008

매그넘 갔다왔습니다...

이 난리에 무슨 호사야? 싶으면서도 공짜로 들어온 표를 날리기는 싫어서, 그리고 더 큰 이유로는
이전에 EBS 지식채널에서 보게 된 그들에 관한 동영상이 마음에 남아 있어서 잠시 짬을 내어 다녀왔습니다.


저는 평소에 사진을 보는 취미가 없습니다. 찍는 것은 더더욱 하지 않고요. 제가 찍히는 건 최고로 싫어 합니다. 게다가 전시예술에 대한 무감동이 이제는 병이 되어버린 지라 솔직히 아무리 거짓말을 보태어도 이번 사진전에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는 못하겠군요.

하지만 난생 처음 가본 '사진전' 이라는 것이 최소한 저에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해주기는 했습니다.
'사진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찾게 되는가?'
우리는 사진에서 뭘 얻으려 하는 걸까요?

아름다움이요? 그렇다면 추한 현실 같은 것을 보여주는 사진은 가치가 없는 걸까요? 그렇다면 패션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을 찍는 작가들만이 그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일까요?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그건 아닌것 같군요.

그렇다면 특수성일까요? 9.11테러 처럼 그 순간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찍을 수 없는 그 순간? 이건 더더욱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진정한 사진의 가치라면 운(?)이 나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진 한장 못찍고 인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의문을 품고 사진을 들여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의미 없는 것들에게 의미 부여하기'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보는 사진들의 소재들은 너무나 평범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어촌의 풍경, 무심히 창을 내다보는 버스 안의 아주머니, 탄천가에서(유독 분당의 탄천에서 찍은 광경들이 많더군요...^^, 제가 아는 장소여서 더 눈에 띄었을까요?ㅋㅋ) 운동하는 사람들...거기에 이번 촛불집회까지.

찍힌 사람들은 분명 그 때 그냥 평상시에 하던 행동들을 하고 있었을 껍니다. 자기가 찍히는 줄이나 알고 있었는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순간의 광경이 작가들의 기록에 의해서 뭔가 의미 있는 것으로 남아 있다니요.
아마 제가 그 모델 들 중 한 명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 저 순간에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이런 멋진 사진이 되어 전시까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아마 평행봉에서 운동하고 계셨던 그 아저씨도 자기가 그 순간에 들숨을 쉬었는지, 날숨을 쉬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사진이 별 흥미없이 지나쳐 지지는 않더군요. 일종의 상상력 같은 것이 발휘되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안에서 창을 바라보는 저 아주머니는무언가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있는 걸까?
선창에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네명의 여자들 중, 맨 마지막에 서 있는 여자는 팔을 보니 여드름 때문에 꽤 고생을 하겠어.
특히나 홍대근처에서 찍혔다는 두 명의 경찰이 두명의 시민과 실갱이 하는 장면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경찰이 왔지? 가만 보니 두 시민중 한 명에게만 관심을 갖고 있군. 도대체 작가는 이 장면을 어떻게 찍게 된거야? 등등...

결국 사진이란 것은 그런 건가 봅니다.
의미 없이 지나갈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의미 부여.
아...그러고 보니 이것은 바로 예술가들의 기본적인 덕목과도 부합하는 군요.
바로 남들이 그냥 지나칠 법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것. 그로하여금 작품에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도 감상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드는 것.

이제는 사진도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장르에 집어넣어야 겠습니다.
최소한 '행복한 눈물' 보다는 제 상상력을 자극 하였으니까요^^.

아, 매그넘에 관련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냥 사진에 대한 고찰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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