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03, 2008

시간이 빨리가길 빌어야 하나요?

이번 교육감 선거 개표상황은 제 생애 가장 피 말리는 그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992년 대선 이후로 이토록 허망한 선거는 처음이었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왜 그토록 허망하며, 좌절감이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내가 반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반대하는 후보가 교육감이 되면 세상이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 것인가? 그런 위험한 미래를 보여주는 후보를 국민들은 왜 압도적으로 지지하는가?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체적 결과를 보았을 경우에는 공정택씨와 주경복씨가 박빙으로 대결 한 듯 보이지만, 강남, 서초, 송파… 이 세 지역의 표가 공정택씨에게 몰리는 현상은, 어느정도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해 보였습니다.)

과거 히틀러도 대부분의 국민들의 환호 속에서 집권하였고, 박정희 정부가 유신체제로 장기집권의 계약을 받아낸 것도 국민들의 대다수가 승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경우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이제는 좀 잘 살아봤으면 좋겠다.’

이런 단순하고도 너무나 당연한 인간 바램에 의한 지지였으니, 그러한 압도적인 지지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볼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은 틀린 선택일 수 있으며, 이 틀린 선택이 어떤 심각한 상황을 불러와도 그것을 지지해준 사람들만의 힘만으로는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암울함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떠한 대비책도 없이, 대표를 한 명 뽑아 놓기만 하면 끝나버리고 마는 일회성 이벤트 같은 것이며, 허울 좋은 이름 뿐이라는 것에 말입니다. 잘못 뽑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그 시기가 빨리 지나가서 다음 번에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그래서 도덕성이 결여되고,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대표가 선출될 때마다 저는 그렇게 암울해 했나 봅니다.

게다가 지금의 대한민국, 단순한 법치, 민주주의 제도에서의 기본적인 원칙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제 경험으로는 1992년 대선으로 집권한 정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제 암울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쉽게 상상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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