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04, 2006

우리주변의 나르시스트들, 내 안의 나르시시즘...

어느 날 Y가 나에게 물었다.
"H는 나르시스트 일까?"
열심히 치즈케이크를 먹던 나와 M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도 안되는 질문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솔직히 내가 할 말은 없었다. 자신이 나르시스트라고 인지하는 나르시스트는 없을 것이다. 나 대신 M이 대답했다.
"H는 나르시스트일리가 없어. 절대, 그녀는 나르시스트가 될 수 없지."
하지만 M이 정의내린 나르시스트란 분명 신화속의,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넋이 나가 있는, 표면적 의미의 성향을 나타내는 부류가 분명했다.
나는 거울 보는 것 조차 게을리 하는 여자였으므로 그런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러한 질문은 사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나르시시즘의 심리학" 이라는 책은그가 한 질문은 바로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책에 나르시스트에 대해 뭐라고 쓰여져 있었길래?"
나는 책을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 그냥...뭐..."
Y는 그냥 얼버무리려 했다. 그러니 더욱더 궁금해진다. 그 책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길래? 게다가 불안해지기 까지 한다. 나는 사실 나르시스트 인걸까??조바심에 차 다시 질문을 했다.
이번엔 직접적인 내용으로.
"무언가 나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하게 만든 부분이 있을꺼 아냐?"
그러자 Y는 주저주저하며 말을 꺼낸다.
"아, 나르시시스트는 무언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데, 그래서 자신의 특별함을 남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나타내려고 한다는 거지."
그 한 마디로 Y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분명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나의 잘못이나결점을 감추기 위해 되려 그에게 화를 내고, 난처한 상황에서 나만 빠져나오기 위해 그 상황의 탓을 모두 y에게 돌리곤 했던 것이다.
이미 맛을 모르게 됬건만 나는그런 내 심정을 들키기 싫어서 계속해서 치즈케잌을 입안으로 구겨넣었다. 이런 것만 봐도 나는 나르시시스트임이 분명해.
"흠. 하긴 이정도의 성향이야 작은 정도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있는 것도 같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위로하기 위함이었는지. 이런 말을 다시 하며, 그는 그 책의 내용을 대충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남들에게 자신에게 희생하길 강요하고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데. 여기 본문 내용을 따르자면...."
그가 읽어준 본문 내용은 주위에 여러 나르시시스트들로 둘러 쌓여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 였다. 그 여자는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길 기대하는 남편이 있고, 자신에게 좀더 신경을 써주면파출부 따위 쓰지않고도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엄마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주위의 인물들이 모두 나르시스트들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분명나는 나의 힘든 사회생활과 지친 몸을 Y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너와 결혼만 안했다면, 네가 집안일만 좀 잘해준다면... 어쩌면 나는 나자신의 문제들을 그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나 자신의 결점으로 인해 생긴 문제들이 아니므로 내가 해결할 수 도 없는 문제이고, 그것은 나자신의 잘못도 아니라고 내심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나는 왜 그런 모습들을 보였을까? 결론은 하나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나자신이 그 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너와 같이 있지 않다면 아무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어, 너는 지금 행복할지 모르지만 나는 너로 인해 괴롭다, 나는 이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야, 나는 지금 너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나를 위해 무언가 다른 걸 희생해야해...
이것은 역사적 나르시시즘의 전형인 귀족제도와 같다. 귀족들은 자신들이 서민들과 달리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서민들의 자신에 대한 희생을 당연히 여겨왔겠지. 이런, 정말 나란 인간은 역겨운 인간중에 하나 였군.
"그런데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하네. 나르시시스트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제대로 된 인격형성을 겪지를 못한다라고 나와있어."
이 대목에서 나는 S를 떠올렸다. S의 엄마는 어렸을 적에 자신의 엄마로 부터 버림을 받은 존재다. 정확히는 그녀(S의 엄마)의 엄마는 너무 젊은 나이에 남편이 죽어버려서 그녀를 친가에 맡기고 자신은 재가를 해버렸다. 그랬기에 그녀는 어린시절을 온통 모성애에 대한 갈증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런 엄마를 둔 S에게도 이러한 갈증은 마치 유전처럼 그대로 전해졌다. S의 엄마는 어린 S의 갈증은 무시한채 자신의 마음의 헛헛함을 달래려고 곱게 차려 입고 외출하는 것으로 인생을 보냈다. 결국 S 역시 엄마로 부터 버림 받은 셈이다. 그런 S는 넋두리 처럼 중얼거리곤 했다. "나도 엄마가 보고싶은데..."
한 없는 연민이 밀려들었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불편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다소 격앙되어보이던 그 감정표현들이, 어쩌면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그녀의 어린시절에서 기인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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